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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의 공간> 큐레이터의 인사말Concert X Exhibition/Epilogue 2022. 3. 5. 16:36
안녕하세요 오후 3시에 계획한대로 전시 <지속의 공간> 오프닝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어려운 발걸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전염병으로 참 힘들었는데, 요즘 전쟁의 소식까지 들립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 내에서 침략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아마 모두 이런 소식 때문에 마음이 가볍지 않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그리고 전쟁의 소식이 들리는 이때에, 이런 와중에,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자문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지속”을 이질적인 새로움과 변화의 연속된 시간이라고 말한 베르그송은 1차 세계 대전 중 처참하게 무너진 인간성을 목격하면서 인간 생명 본질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광기에 사로잡혀 잔혹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이성과 과학문명의 발달 이면에 무너져 내린 생명에 대한 가치, 자율, 창조, 사랑 등을 회복시키고자 했습니다. 생명에 대한 가치가 인류와 함께 “지속”되어 왔다고 본 베르그송은, 이를 가장 단순한 공감행위인 직관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 전시에 초대된 박상호 작가님과 메건 벤트의 작품에는 베르그송이 회복하고자 했던 직관적 시선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상호 작가님의 플롯 시리즈에는 이성이 동일하다고 일반화 시키는 평범한 사물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시선이 담겨져 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익숙하지만 낯선 형태들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그냥 지나쳤을법한 일상의 표면에서 시작합니다. 사물을 기호화하고 등질화하는 지성의 일반적 습성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선은 물질 너머로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부여해서, 고정 불변한다고 생각했던 표면 위에 부단히 흐르는 변화가 반사되는 지점을 만듭니다.
반면에 메건 벤트는 이성이 다르다고 구별하는 것을 동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성 만성 질환을 진단 받은 이후 자신의 장애 경험을 반영하고 포용하는 과정으로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는, 고관절 교체 수술 전후 79일동안의 산책 기록을 담은 ‘움직임과 기억의 얽힘 1’을 통해 매일 걸었던 걸음이 그 움직임의 형태와 배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계층적 차이 없이 질적으로 동일함을 나타냅니다. 영상은 비선형적 구조로 제작되었고 등고선 모양의 지도에는 높낮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는 1800년대 후반,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그의 유명한 논문 ‘동물의 이동 운동’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움직임을 사진으로 찍어 비교한 것과 대조되는 것입니다.
작가분들의 작품이 공감을 통해 삶의 지속을 직관한 것 처럼, 이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것들을 공감하며 그 공감이 확장해 나가는 장이 될 수 있다면, 전쟁이나 전염병 시대에 예술은 꼭 필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낙관적인 생각을 해봅니다.
가장 낙관적인 형태의 예술은 역시 노래를 근간으로 하는 음악이 아닐까하는데요, 오늘 오프닝 이벤트로 연주될 비발디의 사계는 변화의 연속된 시간인 지속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활발하게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에델현악사중주단이 오늘 사계 중 가을과 겨울을 연주하게 되는데요, 봄과 여름은 클로징 이벤트로 마련될 예정이고요, 비발디의 사계 뿐만 아니라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막스 리히터의 음악을 함께 연주합니다.
이벤트 중에 박상호 작가님의 인사말을 들으시겠구요, 다른 작가인 메건벤트는 꼭 참석하고 싶다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펜데믹상황으로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해주신 두 작가님들에게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시대에 위로를 받게 되기를 바라구요 또 시간내어 이벤트에 함께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기획자 정선경'Concert X Exhibition > Epi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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